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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약보다 낫다”는 영국 속담처럼 수면은 생체리듬을 유지하고 몸의 피로를 푸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뇌와 각종 장기는 잠을 통해 휴식을 취하는데, 잠을 적게 잘수록 회복 시간이 줄어 질병을 일으키기 쉽다.
이처럼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이 바로 질 좋은 잠이지만 한국은 대표적인 ‘잠 부족 국가다.’ 한국인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24분에 불과했다. 이는 OECD 평균 수면 시간인 8시간 22분보다 현저히 적은 시간이다.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수면장애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1만 5,502명이던 수면장애 환자는 매년 증가해 2020년 56만8,067명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꿀잠’을 원하는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기시작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3조원대의 시장을 형성 중으로, 수면과 경제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 (Sleeponomics)’란 신조어의 등장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세계적으로도 수면장애를 개선하고 수면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수면 산업은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산업 규모는 미국 45조원, 중국 38조원, 일본 9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사회경제적수준이 올라가면서 삶의 질, 특히 양질의 수면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국내 수면 산업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하는 수면산업
수면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가 늘어나는 중이다. 숙면을 돕는 수면 습관을 제안하는 수면 상담사(수면 컨설턴트)가 등장했고, 의료계에서도 수면 전문 치료가 새로운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잠의 질을 분석하는 수면다원검사가 지난해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것도 수면 산업 성장에 불을 지피고 있다. 70만 원대이던 비용이 10만원대로 떨어지며 경제적 부담이 줄자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늘어났다. 일명 ‘코골이’로 불리는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는 대표적 비수술 요법인 양압기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저렴한 가격에 렌털이 가능해지면서 수면 의료기기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 외에도 수면 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고 있다. 백화점에도 수면 전문 매장이 생겨날 정도. 가장 기본적 수면 아이템인 침대와 베개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가구업체들은 숙면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일룸의 ‘모션 베드’가 대표적. 등판을 올릴 수 있어 편안한 숙면을 돕는다는 ‘무중력 자세’ 또는 코골이 방지 효과가 좋은 ‘상체 올림 자세’도 가능하다. 베개도 마찬가지다. 물리치료사가 개발한 ‘가누다 베개’는 다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누적 판매 150만 개를 기록하는 등 베개는 소비자에게 숙면을 위한 필수품으로 인식되며 기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식음료업계도 ‘수면제 음료수’로 불리는 ‘슬로우카우’를 선보였으며, 온열 안대와 아로마 오일처럼 소소한 숙면 아이템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잠이 부족한 사람을 위한 공간도 인기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수면 카페 이용 건수는 2017년 3만6,000건에서 지난해 4만8,000건으로 늘었다. 수면 카페 ‘미스터힐링’은 매장 수가 점차 늘고 있으며, 창업 4년 만에 100개가 넘는 매장을 열었다. 이용객의80%가 2030 세대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고 한다.
똑똑한 잠도우미 슬립테크
수많은 수면 사업 중에서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수면 상태를 분석하고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Sleeptech)’ 제품과 서비스가 수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CES)’는 2017년부터 ‘슬립테크관’을 마련했으며, 매년 참가 업체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도다양한 업체가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에 도움을 주는 조명기기, LED 빛 치료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안대 등 기발한 제품을소개했다. 국내 기업인 코웨이도 이 박람회에서 수면 센서로 자는사람의 체형과 체압을 감지해 자동으로 모양을 바꾸는 ‘스마트 베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또한 정재승 카이스트(KAIST) 교수와 함께 공동 연구를 통해 뇌파를 이용한 단계별 수면 분석과 더불어 수면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슬립테크 제품은 앞으로 침실을 비롯한 집 안뿐 아니라 숙박, 레저 등 휴식이 필요한 다양한 공간에서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스마트폰이지만 알고 보면 숙면을 돕는 앱도 있다.
먼저 1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기업 명상 & 수면 앱 ‘캄(Calm)’은 최근 삼성헬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 진출에 나섰다. 빗방울, 폭포 등 자연의 소리와 함께 원하는 토리를 청취하며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이 외에도 심신의 안정을 돕는 ‘명상’ 메뉴와 상황이나 컨디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음악’ 메뉴를 제공한다. 스마트폰만 가까이 두고 자면 마치 전문 수면 관리 센터에서 관리를 받듯 나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주는 앱도 있다. 일명 ‘코골이앱’으로 알려진 ‘스노어랩’은 코골이를 녹음, 분석해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에 ‘IoT숙면알리미’와 ‘IoT숙면등' 을 출시했다.IoT숙면알리미는 침대 매트리스와 시트 사이에 깔아 사용하는 형태로 이용자의 호흡과 맥박, 뒤척임 정도 등을 분석한 뒤 종합적 수면 상태를 스마트폰 앱에서 보여준다. IoT숙면등은 조명과 AI 스피커 기능을 결합한 제품으로 심신 안정을 유도하는 조명 효과와 음원을 제공해 숙면을 돕는다.
슬립테크 앱과 함께 연동되는 스마트 워치와 웨어러블 기기도 인기다. 수면 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슬립테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뉴스스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