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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 안반데기마을 별헤는 밤
    문화여행컬쳐 2021. 10. 23. 08:00

    안반데기는 강릉시 왕산면에 속하지만 강릉 시내보다 횡계에서 더 가깝다. ‘안반’이란 떡을 칠때 아래에 받치는 넓은 나무를 일컫는다. 안반데기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이 떡 치는 안반처럼 넓고 우묵한 데서 유래했다.


    중국에 차마고도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배추고도가 있다. 안반데기 마을은 해발 1100m 산이 배추밭이고, 배추밭이 곧 산이다. 경사가 가팔라서 기계농이 불가능하므로 고스란히 농부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안반데기는 농사를 위해 만든 경작지인데, 뜻밖에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차박족들에게는 필수 코스처럼 정평이 나 있다.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아직 수확하지 않은 고랭지 배추밭이 초록빛으로 펼쳐진다. 그 위에 구름이 내려앉았다. 길옆에 배추밭의 단면이 보인다. 돌과 흙이 섞인 밭 위에 배추가 뿌리를 내렸다.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안반데기는 험준한 백두대간 자락에 있어 봄은 늦게 오고 겨울은 일찍 시작된다.


    안반데기는 별과 일출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해발 1,100m 고지대에 불빛 하나 없이 사방이 밭이어서 밤이 되면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은하수도 감상할 수 있다. 또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한 산속에서 떠오르는 일출과 초록록색 배추밭이 만드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안반데기에서 별을 보기 좋은 곳은 멍에전망대와 일출전망대다. 두 전망대는 대기리 마을회관을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 언덕에 각각 위치한다.

     


    안반데기에 도착하면 주차장을 제일 먼저 만나는데 주차장 반대편에 아담한 카페 하나가 있다. 여름 한 철에만 문을 연다. 우리나라 최고의 고랭지 채소단지답게 배추밭이 끝이 보이지않는다. 답답하고 고민스러운 일이 있다면 이곳을 찾아와보라. 저녁노을이 질 때까지 멍하니 앉아만 있어도 모든 상념과 번민이 깨끗이 사라질 것이다.


    밭 사잇길로 차를 몰고 가노라면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 조금은 무서움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신비로운 무언가가 자꾸 끌어당겨 나도 모르게 길로 이끌려 들어간다. 10여 분 산자락을 오르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곧장 가면 고루포기산 구간이고 오른편은 운유길이다. 배추고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드넓은 배추밭은 한편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가히 안반데기최고의 전망대다. 해 질 녘 경사 45도 정도의 정상에 서 있으면 마치 인간 세계에 나 혼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 적막감에 내 몸 세포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느껴질 정도다.


    안반데기의 넓게 펼쳐진 대지에는 계절마다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봄에는 푸르른 호밀초원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가을에는 하늘과 맞닿은 고산만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다. 또 여름에는 감자꽃과 고랭지 채소가 가파른 산턱을 뒤덮고, 겨울에는 눈 덮인 산의 정취가 장관이다.


    안반데기 마을에는 개수대나 샤워실, 음식물 쓰레기장 같은 것은 없다. 차박족들은 마을 사람들의 삶에 잠시 쉬었다 가는 길손인 만큼 예의를 지켜 깨끗이 머물다 가길 바란다. 취사는 불가능하니 치킨이나 족발 같은 것을 포장해 가는 것이 좋고, 음수대도 없으니 물도 충분히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주차장은 제법 넓고 화장실은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평창과 강릉의 경계에 있는 안반데기에 가려면 평창에서는 피득령을, 강릉 쪽에서는 닭목령을 넘어야 한다. 수도권에서 출발하면 영동고속도로 횡계IC로 나와 수하계곡길을 이용하는것이 훨씬 더 가까우니 참고하기 바란다.

     

    -디케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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